조용했지만 결코 작지 않았던 발표
AI 연구 회사 Anthropic이 JavaScript와 TypeScript 올인원 툴킷 Bun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개발자 커뮤니티 전반에 은근하지만 깊은 파장을 남겼습니다. Claude 모델로 잘 알려진 Anthropic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이 발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Claude 3 기술 스태프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소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Anthropic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기반 위에서 다시 정의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 글에서는 Anthropic이 왜 Bun을 선택했는지, Bun이 어떻게 JavaScript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 인수가 오픈 소스와 개발자, 나아가 AI가 대부분의 코드를 작성하게 될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분히 짚어보려 합니다.

Bun은 무엇이 다른가: 불만에서 시작된 속도의 집착
Bun은 단순한 JavaScript runtime이 아닙니다. Bun 하나로 다음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 JavaScript / TypeScript runtime
- Bundler와 Transpiler
- Test runner
- Package manager
이 모든 기능이 하나의 작고 가벼운 실행 파일 안에 담겨 있습니다. 설치도 단순하고, 실행 환경도 예측 가능합니다.
Bun의 시작은 아주 개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Bun의 창시자 Jared Sumner는 JavaScript 생태계 전반에 만연한 느린 build 속도에 강한 불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불평하는 대신, 직접 새로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ESBuild에서 사용되던 JSX와 TypeScript transpiler를 Go에서 Zig로 포팅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처리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고, 메모리 사용량은 크게 줄었습니다.
2021년, JavaScript tooling이 너무 느리다는 짧은 트윗 하나가 많은 개발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 반응은 Jared에게 확신을 주었고, 이후 약 1년간의 집중적인 개발 끝에 Bun이 탄생합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가장 빠른 올인원 JavaScript 도구를 만들자.”
Bun이 빠르게 사랑받은 이유
개인 프로젝트에서 업계 표준 후보로
Bun의 성장 가능성은 곧 투자자들의 눈에도 들어왔습니다. Kleiner Perkins는 Bun에 7백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단행했고, 팀은 본격적으로 풀타임 개발에 돌입합니다.
Jared는 팀원들에게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Bun에 전념할 것.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습니다.
이후 Bun은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 2023년 Bun 1.0 정식 출시
- Windows 지원 추가
- Node.js 호환성 대폭 개선
- Postgres, MySQL, Redis client 내장
현재 Bun은
- 매월 7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 8만 3천 개가 넘는 GitHub star
를 기록하며, 더 이상 실험적인 도구가 아닌 신뢰받는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Anthropic은 왜 Bun을 선택했을까
AI Agent가 코드를 쓰는 세상을 위한 기반
Anthropic의 시각에서 보면 이 인수는 매우 논리적입니다.
Anthropic은 가까운 미래에
- 대부분의 새로운 코드가 AI agent에 의해 작성되고
- 테스트와 실행, 반복 개선 역시 자동화되며
- 그 모든 과정이 빠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도구가 바로 Bun이었습니다.
Bun은 application을 single executable로 컴파일할 수 있습니다. runtime, dependency, tooling이 하나로 묶이기 때문에 환경 차이로 인한 변수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사람이 아닌 AI가 코드를 만들고 실행하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특성입니다.
Claude Code를 넘어서는 인프라
Anthropic은 이미 Bun을 활용해 Claude Code라는 CLI 기반 coding assistant를 만들고 있습니다. Bun의 속도와 단순함, 그리고 작은 footprint는 AI 중심 개발 도구에 이상적인 조합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Bun은 단순한 JavaScript 도구가 아니라,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를 위한 인프라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약속과 기대: 오픈 소스는 계속된다
Anthropic은 몇 가지 중요한 약속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 Bun은 계속 open source로 유지된다
- MIT license는 변경되지 않는다
- 개발은 앞으로도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 기존 Bun 팀이 그대로 개발을 이어간다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는, Bun 팀이 더 이상 투자 유치나 수익 모델에 쫓기지 않고 오직 최고의 JavaScript tooling을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그림입니다.
그럼에도 남는 불안함
하지만 모든 개발자가 마음 편히 안심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Anthropic은 오픈 소스에 있어 완벽한 신뢰를 쌓아온 회사는 아닙니다. Claude Code 자체도 오픈 소스가 아니며, 과거에도 인수 이후 조용히 사라진 개발자 도구 사례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분위기는 묘합니다.
- 장기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마음과
- 언젠가 방향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과장된 기술 담론 속에서 더 빛나는 선택
수많은 스타트업이 거창한 비전과 과장된 슬로건을 외치는 기술 업계에서, Bun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Bun은 실제 문제를 해결했고, 자연스럽게 사용자를 늘렸으며, 결과로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런 팀이,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개발자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을 줍니다.
마무리하며: 이 인수가 진짜 의미하는 것
Anthropic의 Bun 인수는 단순한 M&A 뉴스가 아닙니다.
이는
- AI agent 중심 개발 환경으로의 전환
- 속도와 단순성,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인프라 철학
-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를 동시에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 선택이 오픈 소스의 성공 사례로 남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아쉬운 사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Bun은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사람이 구조를 설계하고 AI가 코드를 쌓아 올리는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수학적 사고, 알고리즘 이해, 문제 해결 능력은 개발자의 핵심 자산입니다. 이런 기반을 다지는 데에는 Brilliant와 같은 학습 플랫폼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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