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교양

10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얇은생각 2018. 12.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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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아래 내용은 3년 전 우연히 발견한 편지입니다. 지금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여러분들도 한번 쯤 나에게 편지를 써보고 기록해놓는 것은 어떨까요?

그 당시의 평범한 순간이 저에게는 행복한 큰 추억이 되네요.


34살 정일이형 잘 지내고 있지? 지금은 마니 늙었겠네. 내 몸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게 느껴지고 있거든. 34살에는 어엿한 직장이 있고 어엿한 가장이 되었겠지? 내가 지금 이렇게 밋밋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훌륭한 직장을 얻고 훌륭한 가장이 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데 말이야. 지금하고 있는 것도 힘들다고 핑계대면서 새로운 것들을 피하고 있는 중이야. 형도 알다시피 입시에 실패해 재수를 하고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지원해서 이 학교에 오고 군대를 다녀오고 전과를 해서 컴퓨터공학과에 오게 되었지. 마땅히 무엇을 한 것도 없는데 20대 초반은 사라지고 벌써 20대 중반이야. 그래도 나름 살길 찾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 항상 이것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관문들이 나타나 빨리 시작하라고 압박뿐인 듯 해. 34살에는 어떠한 관문이 있을까?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자식 교육비? 지금의 나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들로 살아가고 있겠지. 24살의 나는 오로지 취업생각 뿐이야. 어떻게 하면 학점을 더 올릴까, 어떻게 하면 영어 점수를 더 올릴까, 어떻게 하면 스펙들을 더 쌓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영어공부, 봉사활동, 계절학기, 공모전, 하계 방중교육 등등 정말 많은 것을 했어. ‘이렇게만 하면 취업을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생활을 했었지. 내 자신의 인성이나 지성을 늘리는 목적보다는 취업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타적인 생각인 들어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분명 느끼는 것들이 있고 내 인생의 미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 지금하고 있는 대로 해볼 생각이야. 형이 잘 될 수 있게 내가 신경 한번 써볼게.


그렇게 하려면 지금 유지해야하는 것들과 근절해야 되는 것들이 있어. 유지해야하는 것은 취업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법과 노력들이야. 제 실력을 발휘 못한 수능 점수에 교차지원으로 삼수를 모면했던 방법이나 군대에서 전우들이 자고 있을 때 밤늦게 정보방에 남아서 공부하고 찾아본 전과 정보와 전공 공부들. 작은 것 하나라도 더 해보려는 그때 그 마음가짐. 지금 좀 지쳐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나마 그 마음이 여기까지 이끌고 왔던 것 같아. 내가 근절해야 하는 것은 바로 게임이야.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게임을 하고 이렇게 생활 해온 것도 신기할 정도야. 정일이형은 지금 게임 안하고 있지? 그렇게 믿고 있을게.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바꾸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겠지. 지금 이 편지를 기회삼아 근절은 못해도 줄여 나가볼게. 그리고 그 줄인 시간은 자기계발과 학업에 투자해볼 생각이야. 내게 지금 주어진 기회들을 내치지 않고 잘 이용해 볼게. 형은 34살 많은 것들을 이루고 나보다는 좀 더 동적인 사람이 되었길 응원할게.


2015년 9월 7일

24살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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